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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는 걸음 끝에 결국 건청궁을 나왔다.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슬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늘 목표는 확고했고 걸음에 망설임 따윈 없었다. 허나 오늘만큼은.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다. 하늘 위로 뿌연 은하수가 가로지르며 한 눈에도 가장 밝은 별이 반짝인다.

‘전하.’

 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지그시 눌렀다. 대표님이라고 부르던 그녀를 떠올렸다.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겁먹은 표정에 일단 그녀를 데리고 왔다. 조금의 설명도 없이 건청궁에 들인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후회하기는 이미 늦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백기를 호위무사로 붙이긴 했으나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미 한 번 호위를 실패한 백기를 다시 붙였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허나 백기만큼 확실한 자가 없었다. 당시의 뼈아픈 고통을 알고 있으니 오히려 이번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대립한다.

‘어때요? 잘 어울려요?’

 햇빛 아래서 말갛게 웃던 얼굴을 기억한다. 아무리 본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해도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도 그녀일 테니. 마른 손이 얼굴을 느리게 문질렀다. 천천히 뜬 눈꺼풀 아래로 냉정한 눈빛이 감돌았다.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다. 건청궁으로 돌아와 오늘 그녀의 시중을 든 나인을 불러 일부러 말을 꺼냈다.

“여의관이 생사를 헤매는 열병을 앓아 이제 깨었다는 것은 절대 함구해야 한다. 그녀의 기억이 온전치 못하니 입이 무겁고 행실이 바른 자로 골라 시중을 들게 하라. 또한, 이것이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다.”

 어차피 퍼질 소문이라면, 내 쪽에서 좀 더 확고한 정보를 주어 퍼트리는 것이 낫겠지. 이렇게 입조심을 시켰으니 이 정보가 거짓이라곤 아무도 의심치 못할 것이다. 고개를 조아리는 나인을 보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선 이 나라를 전부 속여야 한다. 황제부터, 백성, 그리고 백기까지도.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게 하여선 안 된다.

***

... 그녀가 살아있었어.

제 1장. 칠등성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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