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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옮겨진다.

이름 모를 무사다. 온몸에 붉은 피로 덧칠이 되고 나서야 백기는 그가 자신에 대해서 헛소문을 지어내던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우선 땀에 젖은 몸이 바닥에 추하게 엎어졌다. 금화를 몇 개나 줄 테니 살려달라고 하더니, 체념하고서는 온갖 저주를 쏟아내었다. 마지막에는 영원한 침묵에 잠겼다. 그는 주한무에 남모르게 침입하다가 짐승에게 습격을 당한 것으로 조치가 되리라. 사실을 묻어버리는 건 양왕의 존재다. 그가 없었다면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온전히 혼자서만은 불가한 보호. 반쪽이다. 절반조차 하지 못하였던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목이 마르다. 모든 것이 나의 실책이자 죄다. 그녀가 기억조차 잃게 하는 고통에서 나는 무엇을 했나.

다갈색의 눈동자를 들어서 달을 올려다보던 백기는 달에게만은 이 모든 것을 숨길 수 없으리라 여긴다. 살아가는 인간이란 어디에 있더라도 저 하얗고 둥근 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렴 어쩌랴. 들킨다는 두려움으로 밤새워 떨기에는 그는 나이가 들었다. 삶을 살았다. 또 하나의 달이 모른다면 그로 족하다. 되도록 평생을 모르기를 바랐다.

부디 이대로 살아가기를, 살아가기를.

***

두 자루의 검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의 경계에서 있어도 충분하리라. 그는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 미천하였으나 노력으로 얻은 강함만큼은 달랐다. 건황궁의 군사들을 통틀어서 누구보다 실제로 강하였으며 본인도 알고 있었다. 훈련을 그치지 않았다. 노력했다. 의관으로서 언제나 밝게 웃던 그녀처럼. 아름다운 이상과도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고 해도. 하루는 생각을 증명하며 또 다른 하루는 오만을 만들어낸다. 그녀를 다시 만나며 새로운 이유가 생겨났으니 그것은 곧 신념이라 하여도 좋았다.

백기는 양심전의 처마 아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은 여특 열려있었으나 내부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우연이다. 세찬 빗줄기를 뚫고서 가느다란 한줄기의 바람이 불어온 것은. 창문이 없는 궁까지 들어선 것은. 그가 한 것이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하였으나 마지막에서 경악하고야 만다. 그녀의 앞에 낯설지 않은 향이 전해들었다.
그는 사색이 되어서 뛰었다. 그보다 훨씬 작은 손을 쳐내서라도 막았다. 무례를 알아차린 것은 행동의 다음이었다. 사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프게 한 것을 사죄해야만 한다. 백기는 호위로서 가장 이치에 맞는 말을 꺼내야만 했다.

- 처지를 이해하셔야만 합니다. 아가씨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 말이 나오는 거지?

- 어째서! 어째서, 그리도 쉽게.

내게 그녀를 탓할 자격은 없다. 어떠하더라도 지키면 된다고 여기지 않았던가.

- ... 제발, 제발. 부탁이니.

잊어버린 말이 나왔다.

- 제가, 아가씨를 지킬 수 있는 곳에 계셔야만 합니다.


... 가당치도 않은 말인데.

제2장. 두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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