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 그대가 부재하였다.
평생 학문이라는 이치를 알아온 자는 갑작스레 찾아온 결론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가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이 많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한평생 타인을 대했다.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류는 자연스럽다. 하나의 차이가 있었다면 그들에게 특별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별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지 모를 일부가 허묵을 뒤흔들었다. 아둔하고도 아름다운 사람. 약소하게나마 내민 배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그녀는 매정하였다. 동시에 다정하였다. 그는 일생에 이러한 이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인지한다. 생소함이 원인인가. 아득하게 때문인가. 그 무엇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성의 보고와도 다름없다 여겨지는 그는 이토록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건가. 자그마한 손을 맞잡고서 걸음 하였던 순간조차 허묵은 이 감정의 방향을 알 길이 없었다. 원망한다. 갈망한다. 모순적이다.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인가. 평생을 탐하였던 지식조차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서책을 읽어도 책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과 동일하다.
그녀를 바래다주고 돌아서는 길, 허묵은 붕대가 매인 스스로의 손가락에 입술을 대었다. 처음으로 이 육체가 마음에 든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타인과의 만남으로서 긍정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존재하였는가. 선조들의 어록과 명가의 시에서도 드러내지 못할 진리다. 허묵은 그들의 무능을 이해하였다. 모르는 것이 마땅하다.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사랑스러움을.
사랑?
허묵은 무심코 걸음을 멈추었다.
제4장 떠오르는 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