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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이 가득한 바다에서 태어났다. 사막 위에 세워진 치안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보지 못할 풍경이 있다. 석양이 비치는 해수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삶을 얻은 대가로서 공백을 알아야만 한다. 풍부한 지식을 쌓을 조건이 주어졌으니 불만족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형제 중 하나가 말했다. 이상한 건가. 자그마한 손을 펼쳐보았을 때 소년은 제대로 손가락 개수를 셀 수 있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 이상하지 않아. 유리 정원의 안에서 중얼거렸다. 괴이할 수준의 애착을 긍정하였다. 나는 신님의 아이니까.

황후의 배에서 난 자식이었으나 생살을 갈랐던 여인을 차마 부모라 하지 못했다. 서로 바라지 않았다. 근처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애정을 얻는다는 힘을 선망했다. 먼저 태어난 혈육이 골방 신세가 되는 일도 당연하다. 그림자라도 스칠까 고개를 조아리는 이들의 머리맡. 아직 두 손으로 들기도 버거운 왕관. 태어난 나라. 살아가는 사람. 전부 그의 소유물이었다. 이마를 쓸어주며 속삭이던 음성을 기억했다. 이 모든 게 네 것이란다. 그러니 너는 책임을 져야만 해. 신의 아들이니까.

누구도 그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주기락은 그들의 신이었다. 익숙하였으니 긍정했다. 소년은 여전히 부정하는 방법을 몰랐다. 단단하게 이루어진 새장의 틈은 없었다. 전무하다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다.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만남은 소중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를 기약하고 싶었다. 반절로 갈라진 옥패를 주고 싶었다.

이제는 없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여전히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분노해야 하는 상황이다. 속였으니까. 다만 그리 여기기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이 차가워지기는커녕 손바닥 안에 아로새겨진 뜨거움이 덥기만 하다. 그는 평생을 주고 싶었던 물건을 쥐여주었다. 반쪽의 옥이 자그마한 손바닥 위에 있었다. 새어나오는 음성은 떨린다. 아아. 나는 이런 목소리로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에게 화를 내기에는 새로이 만난 그대와 함께한 날 또한 내 안에 이미 고스란히 새겨져서... 이것을 왜 주었냐면... 처음부터 당신만을 위한 것이니까. "

조금 더 멋진 모습이 되고 싶었어.

"내가 그대에게 전해주고 싶던 물건이야. 나는..."

그대에게, 나는.

"아직도 그대를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제5장 어둠을 밝히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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